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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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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송순태

 

 

잘못 써내려 온 문장이 있듯이

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노라면

 

 

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 이유를 알겠다

 

 

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

 

 

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

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

철썩 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

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

 

 

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

 

 

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

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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