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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담긴 한 그릇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1. 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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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담긴 따뜻한 한 그릇                                           Image by  南 凌  from  Pixabay

 

 

 

흰죽 

 

                   고영민

 

 

무엇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는

비싼 정찬을 먹을 때가 아니라

그냥 흰죽 한 그릇을 먹을 때

 

 

말갛게 밥물이 퍼진,

간장 한 종지를 곁들여 내온

흰 죽 한 그릇

 

 

늙은 어머니가 흐니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서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 저어주고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부어주는,

접니다 퍼지게 할까

쌀알이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불을 끌까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죽만 내려다보며

죽만 생각하며 끓인

 

 

호로록,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떠 죽 위에 쓰윽,

그림을 그리며 먹는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흰 죽이지만

속이 불편할 때

몸이 아플 때

가장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혼의 음식, 흰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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