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
정끝별
아침 햇살이 슈거파우더처럼 내려앉은 이월의
소파에서 그루밍하다 사르르 잠이 든 고양이
조금 전에 나는 저 소파에 기대앉아 신열에 젖은 속옷을 식히며
남산타워 뒤로 떠오르는 해를 맞았어
열이 내렸을까 겨드랑이를 파고든 고양이가
가르릉가르릉 불러주는골골송을
선잠인 듯 듣다 일어나 고양이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밥을 주고는
수란을 띄운 말간 순두부를 끓여 늦은 아침을 먹는 내내
계란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무심한 척 내 무릎에 앉아 있었는데
조그만 심장이 어찌나 쿵쿵거리던지
설거지를 하고 다시 식탁에 앉아 연한 커피를 마시면서
슈거 파우더 뭉치가 된 소파의 고양이를 보고 있어
이제 봄이겠구나
어느 봄 햇살에 나도 녹아들겠구나
봄이 다디단 이유일거야
정끝별
평론가이자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이자 시인
1988년 시 '칼레의 바다'로 데뷔
'회복기'는 2023년 펴낸 시집 '모래는 뭐래'에 수록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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