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시인 : 권정생
'몽실언니' '강아지 똥'으로 잘 알려진 작가.
평화주의자이자 반전주의자이며,
작은 흙집에서 쓴 '몽실언니'를 비롯해,
평생 아이들을 위해 글을 썼던 작가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쓴 글인데 어른들끼리 상을 주고받는 건 맞지 않다며
아동문학상도 거절했다는 일화는,
올곧은 심지를 잘 보여주는데요.
가난으로 인해 얻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도
어린이들을 위해 인세를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다음은 유언장의 일부입니다.
내가 죽은 뒤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중략)
위의 세 사람은 내가 쓴 저작물을 잘 관리해 주기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가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온 인세는 마땅히 어린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누구나 권정생 선생님 같은 마음이라면,
침략과 수탈, 전쟁의 아픔을 겪을 일은 없겠지요.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그치지 않는 포화소리를 떠올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시를 읊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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