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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3. 1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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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Ratna Fitry  from  Pixabay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

뜨끈한 아랫목은 밥이 담긴 스테인리스 밥그릇의 차지였습니다.

어둑한 백열전구 불빛 아래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아이.

싸늘한 윗목의 기억은

그래서 더 간절함과 따스함으로 엄마를 기억하게 하고 

언제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근히 기억을 꺼내보며 한 해를 정리해 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동반된 애틋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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