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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영혼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2. 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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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영혼

 

               샤를르 보들레르

 

 

어느 날 저녁, 와인의 영혼이 술병 속에서 노래하였다.

"사람아, 오 불우한 자여, 유리의 감옥 속에,

진홍의 밀랍 속에 갇혀서, 내 그대 향해

목청 높여 부르노라, 빛과 우정이 넘치는 노래를!

 

 

나는 알고 있나니, 내게 생명을 주고 영혼을 주려면,

저 불타는 언덕배기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땀과 찌는 듯한 태양이 있어야 하는가를,

그러나 나는 헛되거나 해롭지 않으리,

 

 

노동에 지친 한 사내의 목구멍 속으로

떨어져 내릴 때면 내 기쁨 한량없기에

그의 뜨거운 가슴속은 정다운 무덤이 되어

내 서늘한 지하실보다 한결 더 아늑하기에.

 

 

그대 귀에 들리는가 일요일날의 저 우렁찬 후렴들이

그리고 내 펄떡이는 가슴속에서 희망이 수런대는 소리가?

두 팔꿈치 탁자 위에 고이고 소매를 걷어붙여랴,

그리고 나를 찬양하라 그러면 마음 흐뭇하리라

 

 

기쁨에 넘친 그대 아내의 두 눈에 나는 불을 붙이리라,

그대 아들에게는 힘과 혈색을 돌려주고

인생의 그 가녀린 선수를 위하여 나는 투사의 

근육을 다져주는 기름이 되리라.

 

 

내 그대 가슴속으로 떨어져, 신이 드시는 식물성 양식,

영원한 파종자가 뿌린 진귀한 씨앗이 되리라,

우리들의 사랑에서 시가 움터서

한 송이 귀한 꽃처럼 신을 향해 뿜어 오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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