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비빔밥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력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박남수
1918년 평양 출생
1939년 정지용 시인 추천, <문장>을 통해 등단
1940년 첫 시집 <초롱불> 출간
시집 <갈매기 소묘><신의 쓰레기><새의 암장> 등
사회에 관심을 두고 시를 쓴 시인.
박남수 시인은 '새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제 강점기 일본의 폭압 앞에 파괴되는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
월남한 피난민의 생활을 상징하는 존재
때로는 시인의 의식을 대변하는 존재 등으로 표현됩니다.
박남수 시인의 작품에는,
때로는 포수가 등장하고, 처절한 전쟁터, '번잡한 로오타리' 등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는 시들을 볼 수 있는데요.
햇살 한 줌으로 시작하는 '4월 비빔밥'은,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읽고 나면 미소가 절로 퍼지는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체중계는 흔들리지 않지만
마음에는 포동포동 살이 차오를 것만 같아,
또 한 번 음미해 봅니다.
4월에는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목필균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1995년 <문학21> 신인상 수
시집 <거울보기><꽃의 결별>
수필집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
축축해진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슬픔이든, 안타까움이든 그 무엇으로 축축해졌든
시인은 마음을 열어 작은 씨앗을 품기로 합니다.
진주조개가 몸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품고 또 품어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내듯
시인도 꽃을 피우고자
마음에 들어온 씨앗을 곱게 가꾸겠다고 노래하고 있는데요.
겨우내 웅크렸던 생명들이 일제히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4월
곳곳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는 이 아름다운 날에
마음에 어떤 씨앗이 떨어지든 품어내
결국 아름다운 인생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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