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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에 잠든 이는...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4. 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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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Frauke Riether  from  Pixabay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꿀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1. 시인

 

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 비평 등단

2007년 제9회 천상병시상

2016년 제5회 발견문학상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은 책 속에 다 있어요."

 

고전과 시집, 철학서, 역사서, 사회과학서...

잡식성 독서를 통해 구축한 세계관을 시에 쏟아붓는 시인.

대가족 속에서 성장해

운동권에서 활약한 시인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구원했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치유했다고

작가가 아닌 자신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천상 작가입니다.

 

2. 작품세계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녹턴><내 따스한 유령들> 외 다수

소설 <물의 연인들><발원 1: 요석 그리고 원효><발원 2: 요석 그리고 원효>

 

3. 감상

 

오늘 소개한 시는,

오랜 노력으로 결실을 얻는 누군가를 지켜보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시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밀어 올린 끝에 피워내는 한 송이 꽃을 바라보며

시인은 '몸이 떨릴 정도로, 아득하고 뜨거울 정도로'

전심으로 감격하며 꽃을 피워내는 과정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결실에 대한 진심 어린 축하는

'처음부터 내 일'처럼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응원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순도 100%의 '축하'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이기에

타인이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이

부럽고 질투 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내 일'로 여긴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요.

'내 일'로 여기려면 상대방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먼저일 거예요.

 

서로가 서로의 일을 '내 일'로 여기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관계가 된다면

사회는 촘촘하고 든든한 울타리이자

때로는 떨어져도 안전한 그물망이 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네, 어쩌면 너무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얘기이지만

이런 마음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따스한 봄날 같은 마음을 소유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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