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올지 몰라
비 맞지 않도록
옆자리에 우산을 올려 두었어
기다리는데
날개 젖은 제비나비도
쉬었다 날아가고
민달팽이도 머물다 갔어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날아가지 않게
내가 꽉 잡고 있었어
혹시 네가 올지 몰라
화장실도 꾹 참고 기다렸어
언제 와?
비도 그치고 날도 개고
하루 종일 햇볕만 닿아서
내 옆자리 되게 따뜻한데
1. 시인
정다연
2015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의 시 부문 당선
'세상에 사랑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시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슬픔을
시와 에세이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예스 24 작가 소개 참고)
2. 작품 세계 및 활동
정다연 시인의 시는 무엇보다 읽기 쉽습니다.
생활 속에서 흔히 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과 감정을
간결하지만 다정한 언어로 그려내 보여줍니다.
예민하고 예리하지만 따사로움을 잃지 않는 언어들이
눈송이처럼 마음에 천천히 내려앉아 쌓입니다.
시집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
에세이 <마지막 산책이라니>
시란 '세상을 아주 느리게 다시 쓰는 것'
-문학동네시인선 200호 인터뷰 중
3. 감상
누군가를 기다리다 보면
약속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대부분은 그 누군가와의 만남에 맞춰져 있던 마음이
약속시간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를 내게 되죠.
하지만 시인은,
제비나비와 민달팽이가 머물다 가도록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며
만날 이를 위해 자리를 살핍니다.
오는 이가 편안하도록.
그 마음은 자리를 데우는 햇볕 그 자체입니다.
옆자리는 햇볕 때문에 따스한 것도 있지만
아마 기다리는 이의 마음 때문에 따스한 게 아닐까요?
그 옆자리 빨리 채워지기를.^^
저 예쁜 마음, 저도 갖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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