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너의 나무와 푸른 미풍
너의 향기와 새의 노랫소리를
오랫동안 꿈꾸었다
이제 너는 광채로 치장되고
빛을 담뿍 받아
경이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너는 나를 다시 알아보고는
다정하게 유혹하니
너의 복된 현존으로
내 온몸이 떨리는구나
헤르만 헤세
독일계 스위스인 문학가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 칼프 출생.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 수
헤르만 헤세는 어린 시절 "시인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결단한 뒤,
학교를 탈출해 탑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습니다.
자살시도를 하고 한때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요.
방황하던 그의 청년기와 방황을 통해 찾은 자신만의 길은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나는 목성의 부드러운 빛을 받으며 게자리에서 태어났다.
7월의 따뜻한 날, 초저녁이었다.
그 시간의 기온이란! 살아가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내 이런 기온을 좋아했고
이런 기온을 찾아다녔다! 이 정도의 따뜻함이 충족되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했다.
추운 곳에서는 살 수 없었다.
-'짦게 쓴 자서전' 중
헤르만 헤세는 삶의 방황, 자아와 삶의 의미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자아실현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낳았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고 가장 많이 읽힌 책 <데미안>을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싯다르타> 등을 통해
우리는 헤레만 헤세가 어떤 과정들을 통과하며 삶을 살아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삶과 고뇌 그 속에서 익어간 깊은 사상과 방향은,
삶으로 살아낸 것이기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시대를 초월해 영감을 주고,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헤세의 유머와 언어적 풍부함,
그가 공들여 만든 기쁨은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영적 능력과 함께
우리에게 확신을 준다.
-토마스 만, 작가
3. 여담
<데미안>을 어렵게 읽은 후 헤르만 헤세가 쓴 <메르헨>이라는 동화 같은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토마스 만이 얘기한 '언어적 풍부함'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하지만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비극적 요소와 삶의 처절함 끝에 얻게 되는 깨달음들이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결말로 맺어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말만 놓고 보자면 세상의 아름다움은 놓치지 않았어요.
죽음 직전 깨닫게 된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은
오히려 우리 삶과 맞닿아 있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듯한 동화보다는
훨씬 더 마음을 일깨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들이 깨달은 건 결국 헤세가 이 세상에서 얻은 지혜들이겠지요.
오늘 봄을 맞이하는 시인은
어스름한 어둠 속에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봄을 그리며 기다립니다.
오랫동안 꿈꿉니다.
그의 앞에 펼쳐지는 경이로운 봄의 모습은,
그래서 더 시인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감동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봄도 이렇듯,
경이로움을 제대로 누리는 감동의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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