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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꿀떡!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3. 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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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법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 것 마저 다 낭비해 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1. 시인

 

김경미

 

1983년 중앙일보에 '비망록' 당선으로 작품 활동 시작

 KBS 클래식 FM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

 

김경미 시인은 <김미숙의 가정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일 시를 써 방송에 내보냈다고 하는데요.

방송에서 낭송되 시들은 <그 한마디에 물들다>로 엮여 발간되었습니다.

간결하고 단정하면서도 독특한 위트를 보여주는 시인입니다. 

 

시집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밤의 입국 심사><쉿, 나의 세컨드는> 외 다수

에세이 <바다, 내게로 오다><행복한 심리학><그 한마디에 물들다> 등

 

2. 감상

 

아침에 일어나면 늘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좀 덜 슬플 수 있을까 생각해요

 

어느 인터뷰에서 김경미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록 슬픔이 있었을지라도 설탕을 뿌려 덮지 않고 묵묵히,

고통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애써 남의 것인 양 떼내지 않으며

끝까지 삶을 붙잡고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아침부터 신경질을 홱 쏟아놓은 후에 읽은 시인지라,

마음이 더 쓸려옵니다.

마음을 맑갛게 다스려줄 유순한 야채를 꼭꼭 씹으며

입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감정과 싸우기 위해 고기도 듬뿍 먹어줘야겠습니다.

오늘도 꿀떡 잘 넘기고

겨울 지낸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하루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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