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에 품은 저마다의 비밀.
비밀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가장 무거운 짐이다.
떨쳐내기 어렵고, 어디든 따라다니며
앙금처럼 가라앉아 마음 깊은 곳에 숨죽이고 있다가
톡 치면 순식간에 마음을 온통 흐려놓는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인내상자'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인내상자'라는 함.
함을 열면 당주가 죽는다는 저주가 걸린 함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드러난 비밀을
한꺼번에 안게 된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을 납치해 달라는 당돌한 아이, 고이치로의 비밀
신변보호를 위해 낭인을 고용한 남자와 함께
알게 되는 낭인의 비밀을 지나
어린시절 자매처럼 지내던 두 친구의 어긋난 감정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비밀...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여덟가지 비밀을
들여다보며 가슴 아프기도,
그럴 수 있겠다고 주억거리기도,
때로는 목 뒤가 선뜻해지기도 한다.
비밀이 힘겨워 인내상자에 가둬놓고 외면하지만
인생의 틈새를 기막히게 알아채고 삐져나온다.
어쩌면 비밀은 결코 무생물이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감상을 곁들이자면,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는 거의 다 읽었기에
매우 기대하며 책을 무려 구입해 읽었는데...
읽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끝맺음도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많았다.
미시마야 시리즈만 해도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괴담을 들려주지만
따스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덕분에
끝내는 마음이 훈훈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인내상자는 읽는 내내 마음이 어둑어둑해졌달까.
알고보니, 후일에 출간되었지만
인내상자는 1996년 에도 시리즈 초기 작이라고 한다.
배경을 알고나니 이해가 되었다.
이를 감안하고 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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