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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매일의 집수리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1.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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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달라지는 거 같은데? 집수리나 해볼까?            (Image by  Frauke Riether  from  Pixabay)

 

 

남쪽의 집수리

 

 

                                  최선

 

 

전화로 통화하는 내내

꽃 핀 산수유 가지가 지지직거렸다.

그때 산수유나무에는 기간을 나가는 세입자가 있다.

얼어 있던 날씨의 아랫목을 찾아다니는 삼월,

나비와 귀뚜라미를 놓고 망설인다.

 

 

 

봄날의 아랫목은 두 폭의 날개가 있고

가을날의 아랫목은 두 개의 안테나와 청기가 있다.

뱀을 방 안에 까는 것은 어떠냐고

수리업자는 나뭇가지를 들추고 물어왔지만

갈라진 한여름 꿈은 꾸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오고 가는 말들에 시차가 있다.

그 사이 표준 온도차는 5도쯤 북상해 있다.

천둥과 번개 사이의 간극,

스며든 빗물과 곰팡이의 벽화가

문짝을 7도쯤 비틀어지게 한다.

 

 

북상하는 꽃소식으로 견적서를 쓰고

문 열려 있는 기간으로 송금을 하기로 한다.

꽃들의 시차가 매실 속으로 이를 악물고 든다.

중부지방의 방식으로 남쪽의 집수리를 부탁하고 보니,

내가 들어가 살 집이 아니었다.

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계약이 성립된다.

산수유 꽃나무가 화르르

허물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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