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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는 무엇이 많을까요?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3. 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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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1. 시인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첫 번째 시집은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

 

김달진문학상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 문학상

지훈문학상 수상

 

2. 작품 세계 및 작품

 

"이문재는 뚜렷한 생태의식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특유의 서정성과 낭만성을 약화시키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드러낼 정도이다.

그만큼 생태 현실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과 책무를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재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는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문재 시인은 스스로를 '꼰대'로 부르며

청년들을 일깨우기 위해 강단에 서는 교수입니다.

초기에는 고유의 서정성이 돋보였지만

후기로 갈수록 시대의 문제를 담은 시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산책시편><마음의 오지><제국호텔><지금 여기가 맨 앞>

 

3.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을 읽고 있는 지금,

개인적으로는 서정성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시대의 문제도 특유의 서정성 속에 담아 내놓았다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이리 꼬고 저리 꼬아놓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내려가다가

대찬 소나기에 뺨도 맞는 기분이랄까요?

심장이 시끄러워집니다. 

물론 매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막'은 <지금 여기가 맨 앞>에서 처음 읽게 되는 시입니다.

 

모래와 모래 사이...

그 작디작은 알갱이들 사이...

 

우주에서 보자면 우리 인간사회가 그러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막이 '모래' 보다 많은 '모래와 모래 사이'로 이루어진 것처럼

우리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점점 관계를 어려워합니다.

 

SNS와 익명성 뒤에 숨어 버립니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잠수를 탈 수 있고

욕을 먹어도 욕을 해도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는 가상의 세계.

 

하지만 모래와 모래 사이는 정직합니다. 숨지 않습니다.

모래도 자세히 보면 같은 색깔이 아니지만

서로 뭐라 하지 않습니다.

편을 가르지도 않습니다.

 

메마른 채로 기꺼이 버석거리며 부대끼다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함께 쓸려가기도 하고

오랜만에 비를 맞으면 함께 뭉쳐졌다가도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회복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부딪히며

정직하게 다가가 '사이'를 만듭니다.  

무례하게 알려고 들지도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는 '사이'

 

그런 사이가 진정한 사회를 이루어 나갑니다.

비록 세월에 쓸려 변형은 있을지언정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사이'가 있어야 합니다.

숨 쉴 구멍이,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법이죠.

관계적인 '사이', 거리감의 '사이' 모두 있어야

모래가 살듯 우리도 건강한 사회 속에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사막이 전하는 오래된 지혜,

그 비밀을 잊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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