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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음 폴폴~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3. 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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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1. 시인

 

반칠환

1964년 충북 청주 출생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전쟁광 보호구역><웃음의 힘> 등

시선집 <누나야>

장편동화 <하늘 궁전의 비밀><지킴이는 뭘 지키미>

시해설집 <네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꽃술 지렛대><뉘도 모를 한때> 등

 

2. 작품 세계 및 (극개인주의적) 단상

 

무 하나를 썰다가도 

상하게 할 뼈가 없다며 속 없다 하고

난도질하고 남은 목 던져 놓으면 수채 속일망정

파랗게 웃으며 되살아난다며 속 깊다고,

무를 통해 배우는 시인입니다.

 

멸치, 담 넘은 넝쿨 장미...

시인은 바로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시로 전해줍니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한 번만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꼽씹게 되는 시들입니다.

읽으면서 풋 하고 웃게 되는 시들이 많은데

다시 읽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거든요.

물론 극개인주의적이에요.

 

반칠환 시인의 사진을 보면 참 해맑고 순박한 꾸밈없는 웃음이

시와 닮았구나, 아니 시가 저기서 나왔구나 싶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한 신문사에 시인이 기고한 글을 날아와 실어봅니다.

 

'세상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에 의해서이다.

시인이 빚어낸 언어가 한 줄기 빗방울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가슴은 바다와도 같다.

순하고 명랑하고 인정 많고 슬기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라는 시는 완성된다.

한 해가 저물도록 저마다 착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시인이 말한다.

바로 그대들이 시인이라고'

 

시를 살아가지만 시어를 건져 올리지 못하는 시인이 '나'라면

시를 살아가면서 시를 쓰는 시인인 반칠환 시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반칠환 시인의 시 두 편을 나눠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어서,

시를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두고두고 감탄하기도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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