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1. 시인
반칠환
1964년 충북 청주 출생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전쟁광 보호구역><웃음의 힘> 등
시선집 <누나야>
장편동화 <하늘 궁전의 비밀><지킴이는 뭘 지키미>
시해설집 <네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꽃술 지렛대><뉘도 모를 한때> 등
2. 작품 세계 및 (극개인주의적) 단상
무 하나를 썰다가도
상하게 할 뼈가 없다며 속 없다 하고
난도질하고 남은 목 던져 놓으면 수채 속일망정
파랗게 웃으며 되살아난다며 속 깊다고,
무를 통해 배우는 시인입니다.
멸치, 담 넘은 넝쿨 장미...
시인은 바로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시로 전해줍니다.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한 번만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꼽씹게 되는 시들입니다.
읽으면서 풋 하고 웃게 되는 시들이 많은데
다시 읽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거든요.
물론 극개인주의적이에요.
반칠환 시인의 사진을 보면 참 해맑고 순박한 꾸밈없는 웃음이
시와 닮았구나, 아니 시가 저기서 나왔구나 싶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한 신문사에 시인이 기고한 글을 날아와 실어봅니다.
'세상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에 의해서이다.
시인이 빚어낸 언어가 한 줄기 빗방울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가슴은 바다와도 같다.
순하고 명랑하고 인정 많고 슬기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라는 시는 완성된다.
한 해가 저물도록 저마다 착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시인이 말한다.
바로 그대들이 시인이라고'
시를 살아가지만 시어를 건져 올리지 못하는 시인이 '나'라면
시를 살아가면서 시를 쓰는 시인인 반칠환 시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반칠환 시인의 시 두 편을 나눠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어서,
시를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두고두고 감탄하기도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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