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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침략!

하루 한 편, 시

by 함기대 2024. 3. 2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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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들어 오는 봄

 

 

봄은 그때

마루 끝에 앉은 고양이 이마에서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햇빛을 씹고 있는 그놈의 반쯤 닫힌 눈동자를 지나

겨드랑이를 비집고 나온 붓꽃잎을 지나

쪽마루 결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는데

몸살처럼 오소소 번지고 있었는데

 

 

바위들이 몸을 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미루나무 이파리들이 반짝이며 흘러나왔다

새끼 밴 까만 쥐들이 오목눈이 새들이 불개미떼가

나는 그 속으로 아픈 몸을 구겨 넣었다

누워서

햇빛들이 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목련 우듬지를 거슬러 오르는 물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곤

속절없이 쳐들어오는 봄을 바라보고 있었다.

 

 

 

 

1. 시인

 

김정희

인천 출생

2000년 계간 <문학과 의식>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소설과 시를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인 작가

'빈터' 동인

 

윤색 고소설집 <운영전, 주생전><왕경룡전, 최척전><상사동기, 최현전, 최선 전> 등

시집 <산으로 간 물고기><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2. 단상

 

따스한 햇볕을 고스란히 쬘 수 있는 명당을

고양이만큼 잘 아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마루 끝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었을 고양이 이마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봄은 꽃을 피우듯  순식간에 번져

시인의 몸까지 닿습니다.

 

몸이 아픈지 마음이 아픈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추위를 타듯 웅크리고 있었을지 모를 시인은

봄이 주는 생명력 속에 몸을 맡긴 채 

햇빛이 두런거리고

목련나무 끝까지 차고 오르는 물소리를 듣습니다.

봄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요동치는 소리를 말이에요.

 

올봄에는 꽃소식이 늦어졌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봄은 쳐들어올 거예요.

언젠가 반드시 쳐들어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젖혀 볼까요?

봄이든, 인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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